위 영상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벨기에 맥주 브랜드 레페의 광고 캠페인입니다. 시간을 다루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업에 슬로우 타임이라는 레페 광고의 컨셉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퀘이 형제가 민들레 홀씨를 핀셋으로 하나씩 떼어내면서 애니메이팅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네요. 퀘이 형제의 나레이션을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임에도 이 광고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first time that we really began to look closely at the notion of time was by the animation. Because with animation when you’re filming every frame is one twenty-fourth of a second. 24 frames makes one second, so you’re making 24 movements, isolated movements. So right away, you’re, you’re slowing down time by the very nature of the animation technique. …
…but then we come back to the studio and you come up with these doors. You know that this space is hallowed space where time stops. Right away, you understand that this is where time gets severed and it’s opened up.”
2016년 여름 퀘이 형제가 일본 순회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도쿄 인근에서 열리는 첫 전시의 오프닝에 초청한다는 말에 여름휴가도 보낼 겸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일본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귀국해 그들과 안부를 주고받던 중에 인터넷에서 이 광고 캠페인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광고 영상을 보다가 보니 퀘이 형제의 차기 작품에 사용될 금속관절뼈대(armature)가 등장하더군요. 깜놀했습니다. ^^; 이 광고 영상을 발견했을 당시는 제가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뼈대 전문가로 참여해 의뢰받은 뼈대를 모두 완성하고 영국으로 발송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금속관절뼈대는 인형의 내부에 들어가 인형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외부에 노출이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 관절뼈대가 깜짝 공개되어 놀라기는 했지만, 광고에 멋지게 등장하니 그것도 나름 뿌듯하네요.
광고 영상을 통해서 2016년 상반기에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 참여는 20년이 다 되어 가는 제 금속관절뼈대 전문가(armature specialist) 경력에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퀘이 형제가 제 관절뼈대를 알게 된 것은 2004년 멕시코 여행에서 들른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져 올해로 13년째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 금속관절뼈대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퀘이 형제와 함께하는 작업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상업 프로젝트와는 많이 다른 무게감을 느낄 수 있죠. 이런 묵직한 무게감 덕에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그들의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신선한 자극을 받고, 제 뼈대 작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하게 됩니다.
위의 광고 영상에서 살짝 보이는 관절뼈대의 손 부분도 퀘이 형제의 프로젝트에서 자극을 받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이 뼈대의 손을 만들면서 제가 가진 제작 리소스와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이번 퀘이 형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관절뼈대 결과물 가운데 미적 기준에서나 완성도면에서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바로 이 손입니다. 퀘이 형제도 손 뼈대를 정말 만족스러워하더군요. 그들이 이번에 내놓는 스톱모션 작품에서는 제가 만든 손 뼈대가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합니다. 나중에 퀘이 형제의 스톱모션이 개봉되면 그 때 거기에 사용된 뼈대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저는 TV 시리즈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바로 이 프로젝트에 사용될 금속관절뼈대의 바디 부분입니다. 딱 보기에도 손톱만큼 작은 크기입니다. 사실 제가 뼈대 제작을 시작한 17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사이즈는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저렇게 작은 부품을 완성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납니다. 이런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계의 크기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나도 작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기계들 중에는 높이 2.5m, 길이 3.5m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작은 부품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그건 바로 이 부품이 메인 캐릭터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작은 캐릭터에는 와이어 뼈대를 사용할 때가 많은데요. 이 캐릭터는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인데다 움직임이 많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와이어 뼈대보다는 내구성이 더 강한 금속관절뼈대를 쓰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일반인들은 작은 게 더 만들기 쉽지 않나 하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관절뼈대 제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관절뼈대의 기본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절의 압이 정확하게 볼트로 조절되어야 하며, 애니메이팅 중에도 나사 부분은 최대한 풀리지 않아야 합니다.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수십만 번의 움직임을 가정하고 뼈대를 만들어야 하는 제게는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크기의 관절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에만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금속관절은 뼈대의 기본 기능을 구현하려면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는데, 이게 또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가공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1mm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정밀 가공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한달 넘게 작업을 하면서 몇 년 전 만든 관절보다 더 균형 잡힌 소형 사이즈 관절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만든 작은 금속관절뼈대들은 이제 곧 인형으로 완성되어 무대에 데뷔할 예정입니다.
The Museum of Modern Art, Hayama in Japan is hosting an exhibition titled “PHANTŒM MUSÆMS” by the Quay Brothers from July 23 to October 10, 2016. The exhibition will travel around the country for two years, and Hayama is the starting point of its journey.
The other day the Quays and I were communicating each other for work, and they told me just before the exhibition opening that they were coming to Japan. To Japan?! It's right next to where I live, South Korea! Hurray! After going through a challenging seven months, I'd just completed armatures for their next film, and now it was time to see the Brothers Quay again.
And not only that; there was the exhibition as well. I had always thought it was too bad that I missed their exhibitions at the MoMA New York and the EYE Film Institute Netherlands. I could never miss the chance this time. So my wife and I went to Japan for our summer vacation! ;) The Quays thankfully invited us to the opening at the MoMA Hayama.
I most recently met the Quays in the winter of 2012. I remember that the Brothers and I had an amazing time together back then, drinking wine and chatting at their studio in London. With full of expectations and excitements for seeing old friends and the exhibition as well as being on vacation, my wife and I set foot on Japanese soil.
Just before this trip I was making slow progress in completing an armature for a Korean independent animation director. Yet the trip to Japan greatly motivated me to finish up the work in time. And of course, its quality was very much satisfying. Maybe I should write about this armature some time later. You see, it is one of the thinnest armatures I've ever made.
On the opening day, my wife and I managed to take the notoriously convoluted Tokyo subway for about an hour a half and then a bus to the MoMA Hayama. I had been wondering why the first venue in Japan was not Tokyo, but soon understood the reason when I arrived there. Hayama is a small, beautiful town famous for its beach and luxurious resorts. It even has the Japanese Imperial Villa. The museum in Hayama is located along Isshiki beach with a fabulously scenic view towards the Pacific Ocean. And needless to say, the Quays' exhibition was just as fantastic.
The exhibition is largely divided into three categories: moving images, miniature sets and illustrations. You can see Quays' puppet stage sets used in their stop-motion films here and there throughout the exhibition. Between these sets, huge screens are installed to show you their motion pictures and commercials. It was quite a rare opportunity to watch their works on a big screen. You can mostly see them at film festivals.
To me, it did feel very different from watching their films on a computer monitor. It was somewhat like I was being absorbed into the enormous fantasy world the Quays have created. I was overwhelmed by the dark, bizarre atmosphere without knowing it. I must say it's worth going to this exhibition just for watching their works on large screens.
The Brothers Quay have been involved in various kinds of projects besides films. You can find a variety of animated TV commercials they previously worked on in the exhibition. One might say it seems unusual to relate the Quays to advertising, but it rather seems that this disparateness has helped the Quays to create commercials in a very distinctive, unique style.
I've once thought the Quays are like talented painters using movements in frames as their brushes. Among several elements which create movements in their works, puppets are the ones that I'm most interested in. This is because of my profession. The puppet movement is the reason why an armature specialist exists. I guess this is why I was so thrilled when I first visited the Quays' studio in London. I saw the real puppets made by the Quays, and thought my armatures would be installed inside them. The sets and puppets drew my attention this time as well.
Some of the miniature sets have a large magnifying glass installed in front of them. Through the glass, you can directly peek into the dreamlike scenes from the Quays' stop-motion films. When I looked into them, it seemed the scenes automatically unfolded before my eyes. It felt like the puppets inside were slightly moving. The distorted images through the magnifying glass unlock your imagination.
Besides moving images and sets, the Quays have worked on various illustrations, production design projects and calligraphy. In fact, there were many more works of the Quays in different domains of art than I previously expected.
After the opening ceremony I wanted to take much time as I liked to enjoy the exhibition. Yet I was told that the museum closes at 5pm. What a shame! Moreover, too many people were there since it was the opening day. If I have another chance to go to Japan later, I would definitely go see the exhibition again.
It's already been over ten years since I began to work as the Quays' armature specialist. However, this time I wanted to put work aside. I went to the opening as their long-time friend and fan, and greatly enjoyed the exhibition. Of course, I had a wonderful time at the wrap party with the Quays and some Japanese friends as well.
This exhibition will travel around Japan for two years. Hopefully, it would come to South Korea after that. It would be great if Koreans can have a chance to experience the mysteriously dark and amazingly captivating world of the Quay Brothers. And if that happens, you know whom you might find there. ;)
도쿄 근교의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에서 2016년 7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퀘이 형제의 전시가 열립니다. 이 전시는 앞으로 2년 간 일본을 순회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첫 출발이 바로 하야마입니다. 저는 이 전시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퀘이가 일본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퀘이 형제의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 뼈대 작업 때문에 그들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바로 옆 나라 일본에 온다는 것이 아닙니까!
7개월 간의 길고 힘들었던 퀘이 작업이 끝나자마자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사실 서너 해 전 뉴욕 MoMA에서 열린 퀘이 형제의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거든요. 그럼 올해 여름 휴가는 일본으로 고고! 고맙게도 퀘이 형제가 전시 오프닝에 저를 초대해주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퀘이 형제를 만난 것은 2012년 겨울로, 당시 런던에 있는 그들의 작업실에서 작은 와인 파티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수년만에 다시 친구들을 본다는 생각, 전시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여행의 설렘으로 한껏 들떠 일본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 직전에 한국 독립 작가의 관절뼈대 의뢰가 들어와 한창 작업 중이었는데, 사실 진도가 더뎌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갈 생각을 하니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초인적인 힘이 생겨 그 뼈대 작업을 단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퀄리티도 스스로조차 놀랄 정도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그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제껏 만든 뼈대 가운데 가장 가느다란 작품 중 하나거든요.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의 전경. 바로 앞에 해변과 바다가 멋지게 펼쳐진 곳입니다.
퀘이 형제의 전시 오프닝 당일,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1시간 반 가량 시외선을 타고 가나가와역에서 내린 뒤 버스로 갈아타고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에 도착했습니다. 왜 첫 전시를 도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할까 의아해 했는데, 하야마에 가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야마는 해수욕장과 고급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더군요. 일본 왕실 전용 별장도 있다고 합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전망이 참 멋집니다. 그리고 퀘이 형제의 전시도 이에 못지 않게 훌륭한 전시였습니다.
퀘이 형제의 일본 전시회 오프닝 행사
이번 전시는 내용상 크게 영상, 세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나뉩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퀘이 형제가 작품에서 사용했던 여러 세트가 놓여져 있고, 그들의 영상 작품이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몇 개의 대형 스크린에 나뉘어 상영됩니다.
사실 퀘이의 작업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좁은 컴퓨터 화면으로 그들의 작품을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퀘이 형제가 창조한 거대한 환상 세계로 관객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작품의 어둡고도 기괴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습니다. 퀘이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에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퀘이 형제는 이제까지 장단편 영화 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들이 작업한 상업 광고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퀘이 형제와 상업 광고의 조합이 이질적이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고 독특한 작업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퀘이만의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광고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Please Sniff: Powdered Deer Ejaculate입니다. 오프닝 당일 공개 행사에서 퀘이가 직접 그리고 설치하였습니다. 전날 형제랑 술 한 잔 하면서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영어 실력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촬영가능한 작품이었습니다.
언젠가 퀘이 형제의 작품을 보다가 그들이 프레임 안의 움직임을 붓처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퀘이의 작품 안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제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퍼펫입니다. 퍼펫의 움직임이야말로 제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여년 전 퀘이의 런던 스튜디오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들이 만든 퍼펫 실물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그 퍼펫에 제가 만든 금속관절 뼈대가 들어가는 거니까요. 이번 전시에서도 제가 가장 주목한 것은 세트와 퍼펫이었습니다.
전시된 세트 가운데 일부에는 큰 직경의 돋보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돋보기를 통해서 관객은 퀘이 작품 속의 몽환적인 장면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치 작품 속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그 안의 퍼펫이 조금씩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큰 볼록렌즈의 굴절로 인해 왜곡된 이미지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나 할까요. 아쉽게도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영상과 세트 외에도 퀘이 형제는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과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창조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이었습니다.
퀘이 형제의 미국 MoMA 및 일본 전시회 도록. 이번 전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서는 블루레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퀘이 단편선으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오프닝 행사 이후 전시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이 미술관은 폐관 시간이 오후 5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한국처럼 미술관 폐관이 오후 7,8시일 것이라 생각한 게 제 불찰이었죠. 게다가 오프닝 첫날이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전시를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워 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또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 번 이 전시를 보려고 합니다.
제가 금속관절 뼈대 전문가(armature specialist)로 퀘이 형제의 작업에 참여한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작품에 참여하는 스탭의 입장일 때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오랜 팬이자 친구로서 오프닝에 참석하여 전시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물론 뒤풀이에 가서도 신나게 놀았지요. 이 전시가 2년 동안 일본을 순회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나중에 한국에도 들어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MoMA 뉴욕에서는 이제까지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가 딱 세 차례 열린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Pixar전과 팀 버튼 감독의 전시는 한국에서 열린 적이 있는데, 과연 퀘이 형제의 전시도 국내에서 볼 수 있을런지.. 이들의 어둡고도 기괴한, 그러면서도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여러분이 언젠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아래는 퀘이 형제가 일본 전시회 오프닝에서 공개 라이브 페인팅 작업을 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담은 영상입니다.
워커는 달리거나 점프하는 등 두 다리가 세트에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형을 고정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커라고 부르고, 영미권에서는 서포터나 리그란 명칭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무거운 추에 알루미늄 철사를 붙이는 간단한 방법에서부터 기어의 움직임을 응용한 좀 더 복잡한 방식까지 여러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같은 목적를 위한 도구죠. 우리나라의 경우, 한정된 제작 여건 하에 타이다운 방식(인형을 고정하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내고 나사로 박는 방식)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위커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의 제작 시스템에서는 이미지 합성을 위해서도 워커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 글은 저렴한 워커 대용품에 대한 포스트입니다. 진화된 형태인 기어로 구성된 워커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습니다. 가장 저렴이 버전의 워커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알루미늄 철사를 무게가 나가는 금속에 에폭시 퍼티로 접착시키는 방식입니다. 보기에는 허접스럽지만 의외로 효율적인 워커입니다. 현장에서도 이 방식의 워커로 인형을 고정하고 액팅합니다. 제가 제작한 저렴이 워커는 테스트 겸 개인 용도로, 제 작업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꼭 이렇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단단히 고정되고 움직임만 좋다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자작 워커에서는 마그네틱 베이스를 이용했습니다. 마그네틱 베이스는 산업용 측정 도구를 달기 위한 공구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레버가 달린 사각형 부분이 자석이라 마그네틱이란 이름으로 불리죠. 사각형 부분이 꽤 무겁습니다. 싼 것은 칠팔천 원짜리부터 비싼 것은 백만 원이 넘는 것도 있죠. 저렴하고 기본적인 마그네틱 베이스는 주로 힌지 방식이지만, 비싼 것일수록 좀 더 유연한 볼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 기능만 필요하니, 굳이 비싼 베이스를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팔천 원을 주고 청계천에서 베이스를 샀습니다. 제가 마그네틱 베이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렴한 가격 2. 인형의 무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적당한 무게 3. 타공판 세트에 붙을 정도의 강한 자력 4. 쉽게 금속을 붙여 무게를 늘일 수 있는 온오프 자석 5. 각도 조절 가능
위 사진 가운데 있는 타원형 검은색 핸들 부분까지가 마그네틱 베이스에 달린 기본 부품이고, 노란색 황동 부분부터 좌측 끝까지는 제가 만든 겁니다.
위 사진에서 황동 봉을 끼운 맨 좌측 힌지 부분을 자세히 보면, 두 가지 규격의 봉을 끼울 수 있는 구멍들이 있습니다. 굳이 위처럼 구멍에 봉이 꼭 맞게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느슨하게 들어가더라도 봉을 무는 부분이 이중으로 바이스 역할을 해서 작은 치수도 잘 잡습니다. 봉은 호미 화방이나 알파에서 파는 황동이나 알루미늄 봉을 구입하면 됩니다.
검은색 테이프는 반사가 많이 나면 붙이세요. 은색 도금이라 반사가 심하면 도색하는 것이 제일 나을 듯합니다. 베이스를 산 후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인형과 워커를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관절뼈대 제작자이기 때문에, 인형 사진보다는 뼈대 자체의 사진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형이 아닌, 뼈대의 골반 부분에 볼 조인트를 달아서 워커에 연결했습니다. 이는 워커에 인형으 연결하는 방식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입니다. 인형을 워커에 연결할 경우, 스튜디오에서 많이 사용하는 K&S 브라스 튜브나 알루미늄 튜브를 사용하면 됩니다(호미나 알파에서 구입하세요). K&S 튜브의 사이즈 차이를 이용해서 한 치수 큰 튜브와 한 치수 작은 튜브를 서로 끼우고 사용하면 됩니다. 마그네틱 베이스 워커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버로 자성을 온오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작업실에 있는 한두 가지 재료를 연결하면 제가 만든 워커와는 다른 버전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베이스 면적이 좁다 보니 타공판 세트가 아니면 쉽게 쓰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적이 좀 더 넓은 철판을 쓰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세트바닥이 연질인 경우, 워커의 무게로 인해 바닥에 자국이 남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워커를 사용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주의해야 합니다. 타원형의 검정 핸들을 너무 꽉 조이고 또 풀기를 반복하면 핸들이 깨져버립니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여벌로 핸들을 살 수 있으면 미리 몇 개 사두는 것도 좋습니다. 제 작업실을 뒤져보니 다른 버전의 단순한 워커가 몇 가지 보이네요. 추후에 하나씩 포스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