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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017

무한도전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인터뷰


이 포스트는 새로운 스톱모션코리아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스톱모션코리아 V2.0





본 포스트는 스톱모션코리아 커뮤니티의 글(2008.10.4)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새로운 블로그로 통합보존하기 위해 내용을 재편집하여 이전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스톱모션 업계에서 김준문 감독(쇼타임스튜디오)은 소위 잘 나가는 감독입니다. 친화력 있는 성격도 한몫하지만 김준문표 스톱모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감독의 디자인 감성으로 빚어낸 캐리커쳐 캐릭터와 강약고저의 음악을 듣는 듯한 애니메이팅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김준문 감독은 명확한 색깔을 지닌 작가라는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은 김준문 감독의 원맨밴드같은 제작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인터뷰의 취지는 그의 감성과 능력이 빛나는 ‘무한도전 애니메이션’ 제작의 비밀을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제작 기술을 공유한다는 스톱모션코리아의 취지이기도 하구요.






Q. MBC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의 편수와 러닝타임 그리고 제작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A. 총 3편으로, 1편은 4분 30초, 2편은 4분, 3편은 6분30초로 제작했습니다. 캐릭터 제작기간은 2달, 촬영기간은 각 편당 약 45일, 편집은 각 편당 5일 정도로 진행됐으며, 소품 제작기간을 합하면 약 8개월 동안 작업을 하였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나와 처음으로 혼자 작업을 하는 작업이었고,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였기에 정말 제대로 잘 하고 싶었습니다.



Q. <무한도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애니메이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입니까?

A. 처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전에는 실제의 움직임이 아닌 희극적이고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고전영화에서 채플린이나 막스형제가 보여준 우스꽝스럽고 마임적인 움직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그러한 움직임을 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들이었죠.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Q. 각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애니메이팅을 하는 비결을 말씀해 주세요.

A. 글쎄요. 뭐 특별히 방법적인 부분은 없었고요. 무한도전 영상과 그 외의 출연 영상들을 백 번 정도는 봤을 거예요. 먼저 각 캐릭터의 움직임을 직접 해보고 몸에 익혀 체화시켰습니다. 노홍철의 저질댄스와 박명수의 쪼쪼댄스 등은 수도 없이 췄죠. (목이랑 허리가 나갔습니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무조건 익히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움직임이 어색하게 보이더라구요.







Q. 카메라 종류와 렌즈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초당 몇 프레임으로 촬영했는지 궁금합니다.

A. 카메라는 캐논 5D, 렌즈는 EF24 – 70mm / f2.8 캐논 L렌즈를 사용했으며, 초당 기본 15프레임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프레임이 추가되었습니다.



Q. 사용한 조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좋아하는 조명 톤은?

A. 조명은 필름 기어(film gear)의 600W, 300W 제품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조명은 명암비를 크게 주기보다는 키라이트와 필라이트의 조명비를 적게 주어 중간 톤을 강조하고자 했고, 백라이트와 헤어라이트로 하이라이트를 강조했습니다.



Q. 크로마 촬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크로마 촬영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1편을 제외하고는 2, 3편 모두 크로마 촬영을 했습니다. 풀샷으로 배경과 바닥까지 크로마 촬영을 했지요. 배경은 칼라만 잘 선택하면 어느 정도 쉽게 색을 뺄 수 있었으나, 바닥의 경우는 쉽지가 않았습니다. 바닥에 생기는 캐릭터의 어두운 그림자 부분은 일일이 패스(에프터이펙트의 패스)로 잘라 주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에프터이펙트의 keylight로 크로마키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바닥의 색이 반사되어 캐릭터에 묻어 났는데,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부분은 다시 색을 칠해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그램에 익숙하지가 않아 작업이 좀 더 오래 걸렸답니다. 하하.







Q. 크로마 배경의 재질이 궁금하네요. 페인트인가요? 아니면 천? 무슨 색을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A. 크로마는 그냥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동대문에 가서 천을 사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냥 화방에서 전지 크기의 블루와 그린색 종이를 샀습니다.



Q. 인형의 재질은 무엇인가요? 그 재질로 전체를 다 만들었나요?

A. 얼굴은 벤 에이큰(Van Aken) 클레이를 사용했고, 머리는 어린이 공작 재료인 아이클레이를 사용했습니다. 몸의 전체적인 형태를 만들 때도 아이클레이를 사용하고 천으로 의상을 제작하여 입혔습니다. 손과 발은 실리콘을 사용했습니다.



Q. 벤 에이큰 클레이가 조비(Jovi) 클레이와 달리 유분감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잘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벤 에이큰은 조비와 비교해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아이클레이는 갈라지지 않나요?

A. 저도 이전 작업에서는 조비 클레이만을 사용했었습니다. 두 제품은 많이 다르더라구요. 먼저 벤 에이큰은 미국 제품이고 조비는 스페인 제품입니다. 해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할 때 벤 에이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조비는 어린이 공작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처음으로 밴 에이큰을 사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두 제품은 칼라를 만드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벤 에이큰은 열에 녹기 때문에 중탕하여 녹인 다음 조색할 수 있으나, 조비는 열에 녹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 주물러 조색을 합니다. (물론 벤 에이큰도 주물러 조색할 수 있습니다.) 벤 에이큰은 유분이 많아서인지 조비보다 점성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만들어 구부렸다 폈을 때, 또는 입을 다물었다 벌렸을 때 갈라짐이 적습니다.

벤 에이큰은 조비보다 애니메이팅을 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벤 에이큰은 점성이 좋아서 손에 잘 묻어납니다. 이는 손으로 표면을 정리할 때 불편할 수도 있죠. 벤 에이큰은 손으로 잘 밀리지 않기 때문에, 손이나 도구(헤라)를 이용해 눌러주거나 밀면서 형태의 면을 만들고 정리합니다. 손맛이라고나 할까, 그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비는 손으로 문지르거나 밀면서 형태를 만들기가 쉬워서 깨끗한 정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클레이로 만든 애니메이션적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 벤 에이큰 클레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개인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재료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용도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가격 차이가 없으니, 두 제품을 처음 사용하신 분이라면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죠.

아이클레이는 국내에서 제작된 어린이 공작용 점토입니다. 형태를 만들고 자연건조시키면 굳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탄성이 있으나, 심하게 휘거나 잡아당기면 갈라지거나 끊어집니다. 이것 또한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클레이는 굳은 후에도 가볍기 때문에, 저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사용을 했습니다.



좌로부터 벤 에이큰, 조비, 아이클레이

아래 부분은 오리지널 포스트에 달린 댓글 중에서 운영자의 부가설명, 김준문 감독에게 하는 추가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김 감독이 명쾌하게 답변을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클레이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덧붙이자면, 벤 에이큰 클레이(http://www.vanaken.com)는 미국 스튜디오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윌빈튼 스튜디오와 현재 라이카 스튜디오의 메인 클레이죠. 중탕으로 녹여서 조색을 할 수 있고 몰드 이용으로 캐릭터 카피를 할 수 있는 등 애니메이션 작업환경에 잘 맞아서 미국 현장 작업자들이 최고의 클레이라고 칭찬하는 제품입니다. 여담이지만 윌빈튼 스튜디오 창고에서는 벤 에이큰 클레이를 포도주처럼 연도별로 숙성보관하며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영국의 아드만이나 코스그로브 홀 같은 스튜디오에서는 허버트 클레이를 사용합니다. 허버트 클레이는 플라스티신 클레이의 원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클레이는 몇 년 전 제조회사 CEO의 사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가 현재 다시 사업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워낙 유럽 쪽 프로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서 재생산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허버트 클레이가 뉴 클레이로 상표를 바꿨습니다. (http://www.newclay.co.uk)

그리고 아드만과 윌빈튼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클레이에 자신들의 경험으로 찾은 다른 물질들을 첨가하여 스튜디오 제작환경에 맞는 특수한 클레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클레이의 사용 시 느껴지는 유분감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알기로 그 유분은 식물성 기름입니다. 물론 유명 제품일 경우에 말입니다. 유분감에 대해서는 촬영 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크게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단, 일부 저가제품의 경우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례가 있기에 어떤 클레이든 사용 후에 손을 씻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Q. 치아의 재질은 무엇인가요? 치아가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립싱크의 기준은 무엇이고, 탈부착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A. 치아는 애니메이팅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딱딱한 재료로 사용하면 됩니다.저는 흰색 스컬피를 사용했고, 상황에 따라 클레이도 사용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 모양의 변형에 따라 클레이로 치아를 만들어 줬습니다. 립싱크의 기본적인 입 모양은 시중에 나와 있는 애니메이션 책을 참고했고,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영상에서 직접 보여 주는 입 모양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입 모양은 보통 대사에 담긴 감정을 따라 가는데, 치아가 보이는 지도 이에 따라 결정됩니다. 무엇인가를 강조하거나 기쁘거나 놀랄 때 등등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죠. 이런 상황과 감정을 직접 거울을 보면서 대사의 감정대로 따라해 보세요. 그러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치아의 탈부착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윗니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 탈부착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아랫니의 경우는 다르죠. 얼굴의 클레이에 직접 도구(헤라)로 구멍을 내고 치아를 붙인 후, 클레이로 다시 덮어 모양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Q. 박명수가 나오는 장면에서 종이를 펼치는 것과 글씨를 쓰는 건 어떻게 촬영한 건가요?

A. 박명수가 펼치는 종이는 애니메이팅을 해야 했기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호일을 붙였습니다. 일반 호일로도 어느 정도의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종이가 떠 있는 부분은 알루미늄 철사로 고정시켜 지지해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종이 오른쪽 부분에 있는 철사 참고) 글씨의 경우에는 프레임 별로 조금씩 쓴 다음, 소품 연필을 다시 해당 위치에 놓고 촬영했습니다.







Q. 인형을 바닥에 고정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A.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캐릭터의 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Q. 자석 타이다운(tie-down)을 사용하려면 바닥 자체부터 일반세트 바닥과 달라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 감독의 제작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처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하는 분이라면 캐릭터를 바닥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가장 기본이고,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바닥에 고정시키는 방법으로는 볼트 고정 방식과 자석 고정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자석 고정 방식으로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을 촬영했습니다. 캐릭터의 발바닥을 철판으로 만들고 테이블 밑에서 자석으로 고정시킵니다. 이때 캐릭터가 서 있는 테이블 판의 두께가 두꺼우면, 자석의 자력이 캐릭터 발바닥에 미치는 힘이 약해집니다. 최대한 테이블 판을 얇은 것으로 하되, 너무 얇아 출렁이면 안 됩니다. 자신의 촬영 테이블의 사이즈에 맞는 적절한 두께를 사용해야 합니다. 혹, 테이블 판이 출렁인다면 중간에 지지대로 받쳐 주면 됩니다.

자석의 자력은 기본적으로 강한 것이 좋습니다. 화방이나 문구점에서 파는 자력으로는 캐릭터를 세우는 데 무리가 있습니다.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면 다양한 자석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캐릭터을 한쪽 발로 비스듬히 서 있게 할 수 있는 자석 정도면 충분합니다. 테스트가 필요하겠죠. 발이 작은 캐릭터는 자석으로 고정하기 힘듭니다. (주의! 자석을 사용하면 신용카드가 마그네틱 부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저도 두 번이나 겪었답니다. ^^)



두께3mm 타공철판 사용예, 철판의 중앙 부분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철판의 네면을 꺾어 주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전 스톱모션에서 사용되는 캐릭터 고정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세트 바닥면에 인형을 고정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을 타이다운(tie-down)이라고 합니다. 나비너트와 볼트의 장력을 이용하여 인형을 바닥면에 고정시키는 방법이죠. 캐릭터를 견고하게 고정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움직임이 많은 캐릭터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형 세트일 경우 애니메이터의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쿠루다운(screw-down) 방식입니다. 아래쪽에서 볼트로 고정시키는 타이다운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볼트를 사용해 직접 캐릭터의 발등 위로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스크루다운은 타이다운보다 효율적이고 시간을 많이 절약됩니다. 그러나 액팅 중 캐릭터를 건드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에 따라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 외 세트 재질에 따라서는 하루핀과 같은 고정핀이나 글루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스톱모션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터들은 전통적인 타이다운 방식보다 좀더 편한 방식을 개발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워커’라고 불리는 일종의 지지대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리깅 방식을 변형한 것이죠. 인형의 엉덩이 쪽에 구멍을 뚫고 관절을 심은 지지대를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무거운 물체에 와이어를 꽂아 인형에 연결시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작업 시 포토샵으로 지우면 되죠. 단점이라면 액팅에서 캐릭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날아다닌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점점 이 부분에 노하우가 쌓이고 워커 또한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훌륭하게 작업 결과물이 나옵니다.

자석, 즉 마그네틱 타이다운(magnet tie-down)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서구 애니메이터가 만든 귀차니즘의 산물이죠. 이는 영국의 몇몇 스튜디오가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고, 미국 쪽으로 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한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타이다운방식을 선호하더군요. 아마 액팅 스타일이나 손에 익은 습관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그네틱 타이다운은 우리나라의 워커처럼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마그네틱의 반발력과 세트의 관계, 또는 인형의 특성을 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팅을 하는 데 동선이 크고 빠르거나, 아니면 제대로 제작된 견고한 뼈대가 아닐 경우에는 캐릭터를 컨트롤하기가 힘들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전통적인 타이다운, 혹은 마그네틱 타이다운과 워커를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석은 을지로 자석 가게에 가셔서 네오듐 자석을 보여 달라고 하면 여러 사이즈를 볼 수 있습니다. 카드도 조심해야지만 손도 조심해야 합니다. 구매하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이게 자력이 엄청 강해서 서로 잘 안 떨어집니다. 캐릭터를 고정하는 데에는 꼭 어느 한 방식이 좋다기 보다는 제작 규모나 액팅 방식에 따라 애니메이터가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Q. 점프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요?

A. 캐릭터를 지지할 수 있는 바(bar)를 사용했습니다.






질문자 Stopmo 우찬의 부가설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대부분 캐릭터의 발을 세트에 고정합니다. 그러나 점프와 같은 동작들은 캐릭터의 발이 세트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이때 아무런 고정장치 없이 액팅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스톱모션 초창기부터 스튜디오들은 이런 동작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외에서는 리깅(Rigg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리깅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워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에 나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리깅입니다. 볼조인트를 사용해 만든 간단한 장치이죠. 이런 것 이외에도 마리오네트의 연결 줄에서 착안한 장치, 기어를 이용한 복잡하고 정교한 장치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스튜디오들은 예산 절감을 위해 세트에 캐릭터를 고정시키지 않고 빠르게 애니메이팅을 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민하던 와중에 외국의 리깅 종류 중 하나를 변형해서 만든 것이 워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워커를 사용하는 것처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스튜디오들은 각각 촬영 환경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리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 적절한 과장과 축소였죠. 워낙 인기 있고 사랑받는 스타들이기 때문에 잘못했다가는 안티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하. 처음에 얼굴 디자인은 캐리커처로 우스꽝스럽게 과장하려고 했는데, 무한도전 측에서 “음, 좀 무서운데요.”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아직 캐리커처에 대한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귀엽고 친근감 있게 과장하여 디자인했습니다.







Q. 표정의 변화는 어떻게 표현했나요?

A. 무한도전 영상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출연진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봤죠. 최대한 캐릭터들의 습관적이고 특징적인 표정을 체화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후 과장을 해야 할 부분을 정하고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은 입꼬리 부분이 많이 움직이고, 정준하는 윗입술보다는 아랫입술이 아래로 많이 움직이죠. 그 부분을 과장하고 변화를 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굴의 좌우를 비대칭적으로 과장해서 애니메이션화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비대칭적 과장을 통해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Q. 표정의 변화는 보통 몇 프레임으로 촬영하나요? (눈, 입, 눈썹, 깜박임의 경우)

A. 입은 기본으로 3프레임으로 하고, 놀라거나 조심스런 표정에서는 1프레임 또는 4프레임으로 촬영했습니다. 눈과 눈썹은 2프레임을 기본으로 촬영했고, 역시 때에 따라 1프레임 또는 3프레임으로도 촬영했습니다.



Q. 립싱크나 표정 연기의 프레임별 사진을 보여주세요.





Q. 녹음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립싱크를 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A.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후녹음을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윌빈튼의 애니메이션처럼 제대로 된 립싱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선녹음을 했고, 완벽하게 얼굴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녹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최대한 출연진의 표정을 실감나게 살리려고 했습니다. 립싱크를 할 때에는 얼굴 표정도 같이 바뀌기 때문에 그때그때 얼굴 표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날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인상이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하루에 두세 프레임 밖에 못 찍은 날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애니메이팅 과정에서 캐릭터가 쓰러져 얼굴 부분이 망가질 때에는… 그냥 캐릭터를 팍 던져버리고 싶더라구요. 하하.



Q. 유재석과 노홍철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대사 분량이 많아 어렵지 않았나요?

A. 특히 유재석과 노홍철은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을 많이 넣어 대사가 길어졌습니다. 처음 녹음된 음원을 듣고 “뭐야! 이거”하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래서 부탁을 했죠. “저 죽습니다. 애드립 없이 원래 대본대로 좀…” 그래서 1편에서 유재석 캐릭터는 강조되는 부분만 립싱크하고, 편집 과정에서 그 부분을 반복시켰습니다. 좀 아쉬웠습니다. 최종 결과물에서 반복시킨 티가 팍팍 나더라구요.



Q. 일련의 연속동작 속에서 캐릭터의 샷 크기가 변할 때나, 하나의 동작에서 다음 동작의 연결을 되는 더블액션은 어떻게 애니메이팅하고 촬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캐릭터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에는 표정과 동작만 맞춰주면 되지만, 움직임이 있을 때는 보통 동작이 큰 부분에서 잘라주면 다음 샷에서 조금 동작이 맞지 않아도 크게 거슬리지 않게 연결됩니다. 하나의 트릭이죠. 그래도 불안하면 2~3프레임 정도를 더 촬영하고, 연결되는 다음 컷에서는 2~3프레임 정도 먼저 시작하면 편집할 때 실수가 적어집니다.



Stopmo 우찬의 무한도전 금속관절 뼈대 설명

제 직업이 뼈대제작 전문가(Armature Specialist)라는 걸 아는 분은 알 겁니다.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에도 뼈대 제작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무한도전> 아마츄어(Armature, 이하 뼈대)의 제작 컨셉은 ‘자유로운 움직임’이었습니다. 김준문 감독의 애니메이팅은 일반적인 애니메이팅보다 움직임의 반경과 동선이 큽니다. 그래서 뼈대의 기본 디자인은 김준문 감독의 평소 액팅 습관인 역동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사전제작 회의에서 언급된 각 캐릭터의 움직임과 스튜디오 제작환경, 그리고 재질 등 기타요소를 고려해 세부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크로마 세트 크기에 맞춘 디자인으로, 작은 사이즈와 얇은 팔다리, 큰 머리를 가진 관절뼈대이면서 세부적으로는 일반 관절보다 움직임의 각도가  30% 이상 큰 관절로 구성되었고, 뼈대형태는 알루미늄 철사 관절에 더 익숙한 김감독의 애니메이팅이 편하도록 배치한다는 제작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었습니다.

솔직히 얇은 팔다리에 키가 작은 사이즈의 뼈대는 가공이 힘들어 가장 꺼리는 뼈대 형태입니다. 관절 뼈대는 인체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고 얇다는 건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약하고 빨리 마모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니메이팅 시 특정 부분에 하중이 몰리는 뼈대의 특성 때문에 작은 사이즈는 내구성을 계산하고 보완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사가 자주 풀리거나, 아니면 과도한 마모로 인해 관절 부분에 원하는 만큼의 압력이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진행된 마모에 의해 관절이 지그재그로 움직여서 촬영 시 원치 않는 잡동작이 생깁니다. 제작공정이 일반 관절에 비해 곱에 곱으로 많아져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캐릭터를 세트에 고정시키기 위해 관절형 워커와 자석 타이다운, 두가지 모두를 사용할 수 있게 발과 몸통 부분을 특수하게 가공하였습니다. 손 부분은 교체형 실리콘 손 사용을 위해 나중에 브라스 튜브로 개조되었습니다. 총 제작 기간은 6주가 소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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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근황과 스튜디오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쇼타임(ShowTime)이라는 스튜디오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8/22/2016

PHANTŒM MUSÆUMS BY 퀘이 형제






 도쿄 근교의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에서 2016년 7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퀘이 형제의 전시가 열립니다. 이 전시는 앞으로 2년 간 일본을 순회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첫 출발이 바로 하야마입니다. 저는 이 전시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퀘이가 일본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퀘이 형제의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 뼈대 작업 때문에 그들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는데, 바로 옆 나라 일본에 온다는 것이 아닙니까!

7개월 간의 길고 힘들었던 퀘이 작업이 끝나자마자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어 기뻤습니다. 사실 서너 해 전 뉴욕 MoMA에서 열린 퀘이 형제의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거든요. 그럼 올해 여름 휴가는 일본으로 고고! 고맙게도 퀘이 형제가 전시 오프닝에 저를 초대해주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퀘이 형제를 만난 것은 2012년 겨울로, 당시 런던에 있는 그들의 작업실에서 작은 와인 파티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수년만에 다시 친구들을 본다는 생각, 전시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여행의 설렘으로 한껏 들떠 일본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 직전에 한국 독립 작가의 관절뼈대 의뢰가 들어와 한창 작업 중이었는데, 사실 진도가 더뎌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갈 생각을 하니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초인적인 힘이 생겨 그 뼈대 작업을 단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퀄리티도 스스로조차 놀랄 정도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언젠가 다음 기회에 그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제껏 만든 뼈대 가운데 가장 가느다란 작품 중 하나거든요.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의 전경. 바로 앞에 해변과 바다가 멋지게 펼쳐진 곳입니다.


퀘이 형제의 전시 오프닝 당일,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1시간 반 가량 시외선을 타고 가나가와역에서 내린 뒤 버스로 갈아타고 가나가와현 근대 미술관 하야마관에 도착했습니다. 왜 첫 전시를 도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할까 의아해 했는데, 하야마에 가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야마는 해수욕장과 고급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더군요. 일본 왕실 전용 별장도 있다고 합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전망이 참 멋집니다. 그리고 퀘이 형제의 전시도 이에 못지 않게 훌륭한 전시였습니다.


퀘이 형제의 일본 전시회 오프닝 행사


이번 전시는 내용상 크게 영상, 세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나뉩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퀘이 형제가 작품에서 사용했던 여러 세트가 놓여져 있고, 그들의 영상 작품이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는 몇 개의 대형 스크린에 나뉘어 상영됩니다.

사실 퀘이의 작업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좁은 컴퓨터 화면으로 그들의 작품을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퀘이 형제가 창조한 거대한 환상 세계로 관객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작품의 어둡고도 기괴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습니다. 퀘이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에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퀘이 형제는 이제까지 장단편 영화 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들이 작업한 상업 광고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퀘이 형제와 상업 광고의 조합이 이질적이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고 독특한 작업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퀘이만의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광고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Please Sniff: Powdered Deer Ejaculate입니다. 오프닝 당일 공개 행사에서 퀘이가 직접 그리고 설치하였습니다. 전날 형제랑 술 한 잔 하면서 이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영어 실력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촬영가능한 작품이었습니다.


언젠가 퀘이 형제의 작품을 보다가 그들이 프레임 안의 움직임을 붓처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퀘이의 작품 안에서 그렇게 움직이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제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퍼펫입니다. 퍼펫의 움직임이야말로 제 직업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여년 전 퀘이의 런던 스튜디오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들이 만든 퍼펫 실물을 보고 전율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그 퍼펫에 제가 만든 금속관절 뼈대가 들어가는 거니까요. 이번 전시에서도 제가 가장 주목한 것은 세트와 퍼펫이었습니다.

전시된 세트 가운데 일부에는 큰 직경의 돋보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돋보기를 통해서 관객은 퀘이 작품 속의 몽환적인 장면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치 작품 속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그 안의 퍼펫이 조금씩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큰 볼록렌즈의 굴절로 인해 왜곡된 이미지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나 할까요. 아쉽게도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영상과 세트 외에도 퀘이 형제는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과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창조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이었습니다.


퀘이 형제의 미국 MoMA 및 일본 전시회 도록. 이번 전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서는 블루레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퀘이 단편선으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오프닝 행사 이후 전시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이 미술관은 폐관 시간이 오후 5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한국처럼 미술관 폐관이 오후 7,8시일 것이라 생각한 게 제 불찰이었죠. 게다가 오프닝 첫날이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전시를 집중해서 보기가 어려워 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또 일본에 갈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 번 이 전시를 보려고 합니다.

제가 금속관절 뼈대 전문가(armature specialist)로 퀘이 형제의 작업에 참여한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작품에 참여하는 스탭의 입장일 때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오랜 팬이자 친구로서 오프닝에 참석하여 전시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물론 뒤풀이에 가서도 신나게 놀았지요. 이 전시가 2년 동안 일본을 순회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나중에 한국에도 들어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MoMA 뉴욕에서는 이제까지 애니메이션 관련 전시가 딱 세 차례 열린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Pixar전과 팀 버튼 감독의 전시는 한국에서 열린 적이 있는데, 과연 퀘이 형제의 전시도 국내에서 볼 수 있을런지.. 이들의 어둡고도 기괴한, 그러면서도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여러분이 언젠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아래는 퀘이 형제가 일본 전시회 오프닝에서 공개 라이브 페인팅 작업을 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담은 영상입니다.






5/22/2016

KIM JONG GOOK 의 IT’S THIS PERSON



몇 년전 제작된 김종국의 뮤직 비디오<이 사람이다> 를 다시 올려 봅니다.

이 뮤비가 완성도가 높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국적인 감성을 지닌 인형들은 작품 자체를 이끌어 가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뮤비에서 작가의 해맑은 감성이 녹아 있는 듯한 인형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시청자는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푹 빠지게 됩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형들과 인형 스케치는 모두 김민정 작가의 작품입니다. 김 작가는 유럽의 마리오네트 형식의 인형을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인형들 하나하나에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뮤직 비디오처럼 말이죠.

5/01/2016

보토스를 아십니까?



<보토스 BOTOS>는 스톱모션 전문 스튜디오 인 콤마스튜디오(Comma Studio, 이희영/양종표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2010년 파일럿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보토스는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시리즈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퍼펫 애니메이션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매료시키며 이 시리즈는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 초에 제작된 <무사냥>편은 보토스의 이런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인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난 후 제 영문 SNS에 바로 게시했었습니다. 그러자 해외 스튜디오의 친구들에게서 아주 좋은 평과 찬사가 날라왔습니다. 그리고 <무사냥>편 덕분에 많은 친구들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과 문화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늦었지만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포스팅해 봅니다.

4/27/2016

사슴꽃, BISFF에서 수상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주목할 만한 감독으로 언급한 적이 있는 김강민 감독이 신작 <사슴꽂 Deer Flower>으로 지난 26일 폐막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에서 한국 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위 동영상은 이 작품의 트레일러입니다.

김강민 감독의 데뷔작인 <38-39℃>가 전해준 신선한 충격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신작이 올해 벌써 여러 페스티발에 초청되어 상영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번 BISFF 수상으로 김강민 감독이 올 한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슴꽃>, 김강민 감독
혁신과 창의성과 독창성으로 자신의 비전을 펼친 감독의 재능은 모든 심사위원을 사로잡았습니다. 참신함과 전통적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기술적 재능뿐만 아니라 희극과 비극적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독특함과 보편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 완성되었습니다.

위 내용은 바로 BISFF의 심사평입니다. 김강민 감독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상징들은 아주 강력한 시각적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표현방식은 그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하고 새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그의 작품은 몰입도가 더 높고, 상영이 끝난 뒤에도 왠지 모를 긴 여운이 남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 한국 스톱모션 업계 소식를 전하고 이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김강민 감독의 이번 신작을 보고 나니, 스톱모션 분야에서 능력이 출중한 한국의 신진 감독들이 꾸준히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일전에 한 번은 김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준 데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6/04/2015

스페인의 스톱모션 장편-포제스드



2D 장편 애니메이션인 <치코와 리타(2011)>와 <링클스(2011)>는 흥행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작품이란 찬사를 받으며 스페인 애니메이션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솔직히 개봉된 장편들을 보기 전에는 스페인 애니메이션은 스톱모션 초창기 시대의 인물인 ‘세군도 데 체몬 / Segundo de Chonlon’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었죠. 그러나 최근 스페인 애니메이션계의 과감한 행보는 각국의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스톱모션 장편 애니메이션인 <포제스드/Possessed>가 개봉되었습니다.


공개된 트레일러의 첫인상은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라 착각할 만큼 아드만 판박이여서 놀랐습니다. 관련 기사 검색에서 감독이 아드만에서 10여년을 근무한 애니메이터 출신이라는 기사를 읽고 살짝 웃었습니다. 스톱모션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일단 손이 작업 스타일을 기억해 버리면 잘하든 못하든 평생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의 감독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의 애니메이팅 실력뿐만 아니라 퍼펫 및 세트의 디자인과 디테일이 나무랄 데가 없더군요. 돌이켜보면 십여 년 전만 해도 스페인에서 제게 정보 교류와 제작에 관련된 질문 메일들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높은 실력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상업 애니메이션의 흥행에 대해서 걱정을 해봅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작품은 업계에서 흥행에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타겟층, 즉 유아용이나 어린이용보다 연령대가 높습니다. <치코와 리타>같은 2D 장편의 경우 예술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반면, <포제스드>는 재미를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란 점에서 타켓층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코와 리타>와 비슷한 연령대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조금 의구심을 가져봅니다. 애니메이션이 꿈과 환상이라는 것을 믿는 관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타겟층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적이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장편 스톱모션은 우리 업계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중에 하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영화나 단편의 경우 흥행이 감독에게 중요한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자본과 많은 인력이 들어간 상업영화나 장편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흥행에 대한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포제스드> 전편을 감상해 보지는 않았지만, 감독이 손으로 기억하는 아드만의 스타일만큼 오류까지도 닮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스페인의 애니메이션계의 꾸준한 도전과 실험을 부러운 마음으로 응원해 봅니다 그리고 편애가 심한 우리 애니메이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순수 국산 스톱모션 장편이 언젠가 개봉될 날을 기다려 봅니다.


4/30/2015

2013 아카데미상 후보작 HEAD OVER HEELS





제가 영상 관련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20년이 지났습니다. 나름 열심히 작업을 한 덕에 꽤나 많은 작품에 참여했더군요. 그 동안 일한 시간을 돌이켜보면 다양한 이유로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생긴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Tim Reckart 감독의 단편 <Head Over Heels>도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제 작업 원칙을 바꿔가면서까지 참여한 작품이었는데, 그 결과가 참 좋아서 놀랐더랬죠. 제게는 애니상 수상작의 스텝, 그리고 칸느와 아카데미 경쟁부문 후보작의 스텝이라는 크레딧을 달아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풀버전이 얼마 전 온라인 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작품은 영국국립영화학교(NFTS, National film and television school)의 석사과정 졸업작품입니다. NFTS는 칸느나 아카데미상의 단편 경쟁부문에서 프로들과 수상 경쟁을 벌이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아드만 스튜디오 소속 닉 파크 감독의 <Wallace and Gromit>은 원래 이 학교의 졸업작품이었습니다.

NFTS의 졸업작품은 교내 각 세부전공이 연계된 연합 프로젝트로 진행됩니다. 영화학교이기에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하나의 단편 프로젝트가 구성되면, 각 전공의 졸업 준비생들이 참여해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꾸려나가죠. 프로젝트에 필요한 관련 전공이 교내에 없을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합니다. 저도 영국 스튜디오의 추천을 통해 그렇게 스텝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Head Over Heels>는 애정이 식은 부부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은 부부의 심리적 거리감과 단절된 관계를 형상화하기 위해 남편과 아내의 물리적 공간을 위아래로 분리했는데, 이는 참으로 신선한 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갈등 속에서 생기는 갖가지 해프닝과 화해의 과정을 섬세한 애니메이팅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단편 <Paperman>에 밀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해 손짓이나 눈 깜박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감독의 디렉팅은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오른 다른 프로들과도 견줄 만한 실력이었습니다. 또한 이야기꾼으로서 감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는 조명입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조명 사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적절한 빛을 사용해 명암 대비가 이뤄진 집의 내외부, 그리고 야외 및 일몰의 표현은 약간의 깜박임도 애교로 봐줄 수 있을만큼 훌륭합니다. 조명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다시보기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오랜만에 우리 일상을 소재로 한 스톱모션을 다뤄서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 중 하나는 보편적인 감성을 담은 일상적 이야기가 강한 메시지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기에 화려한 듯하지만 어설프거나, 이해할 수 없는 실험적 기법을 사용한 애니메이션보다는 <Head Over Heel> 같은 작품이 훨씬 비범해 보입니다. 인형이니 장비니 기법이니 하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현실에 있을 법한 스토리만으로도 한 편의 좋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게 애니메이션의 가장 원초적이고 태생적인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16/2015

네이버 애니씨어터의 스톱모션 상영


네이버 애니씨어터에서 4월 테마 ‘기법 다반사’의 일환으로 스톱모션 네 편이 해설영상과 더불어 상영되고 있습니다.

정민영 감독이나 김진만 감독과 같이 독립 애니메이션계에서 이미 이름이 나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강민지 감독의 신선한 작품도 못보셨다면 감상하시길 바라구요.

무엇보다도 최근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신예 김강민 감독의 작품<38-39도>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색감과 비주얼을 기반으로 스톱모션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꽤나 흥미롭고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스톱모션 전시에 해외 유명감독들과 함께 초청되었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강민 감독의 작품뿐만 아니라 독립 애니메이션계에 포진한 실력파 감독들의 작품을 네이버 애니씨어터를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강민지 감독의 <네추럴 어반 네이처>
http://tvcast.naver.com/v/359232

김강민 감독의 <38-39도>
http://tvcast.naver.com/v/359242

김진만 감독의 <오목어>
http://tvcast.naver.com/v/359217

정민영 감독의 <길>
http://tvcast.naver.com/v/362542


3/27/2015

깜찍한 퍼펫 – 블라블라 베이비




눈에 띄는 최신 광고를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올려봅니다.  위 광고는 쇼타임스튜디오(대표:김준문감독)의 최근 작업물입니다. 본래 김준문감독은 독특한 커리커쳐 스타일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근래들어 클레이나 퍼펫을 이용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오브제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광고는 퍼펫을 이용한 김감독의 경쾌한  움직임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3/22/2015

화제의 국내광고들-코카콜라,그라나사



방송 중인 코카콜라의 ‘사랑편’은 광고자체의 기발함으로 인해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2015년 ‘새해편’과 더불어 김준문감독(쇼타임스튜디오)의 짧지만 멋진 애니메이팅 솜씨가 돋보이는 작업물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콤마스튜디오(대표:양종표감독,이희영감독)에서 제작한  ‘그라나사 이터널’이란 게임의 온라인 광고입니다. 각 분야 전문스텝 시스템을 지향하는 콤마스튜디오의 작품답게 작업규모나 퀄리티가 타의 추종을 불허 하는 듯합니다. 콤마스튜디오가 네오위즈로부터 의뢰를 받은 이번 작업물은 새롭게 출시된 미소녀게임을 위한 온라인광고입니다. 미소녀게임이란 점과 광고심의가 약한 온라인광고란 점때문에 영상물의 내용중에는 여성분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메이킹>



‘루리웹’이란 곳에 자세한 메이킹 사진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링크 올립니다.



3/15/2015

스릴감 넘치는 카체이싱





스톱모션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방 안에 있는 물건을 이리저리 움직여 촬영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 중 모형카는 스톱모션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단골 아이템입니다. 그런 이유로 스톱모션 영상에는 카 체이싱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가 본 영상 중에는 좋은 작업물도 많았지만, 사실 실력보다는 열정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작업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미국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든, <Micro Mayhem>이라는 제목의 카 체이싱 영상입니다. 렌즈의 심도를 조절하는 도입부터 마지막 충돌 컷에 이르기까지,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트래킹 촬영과 편집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이번 작품을 보면서 이제까지 봐온 습작 수준의 카 체이싱 영상과는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엔딩에 나오는 메이킹 스틸 사진을 보면, 트래킹 촬영을 위해 소형 카메라를 사용한 것 이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장비가 안보입니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홈메이드 장비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한 것이죠.

그런데 왜 저화질의 꾸리꾸리한 영상에서 고수의 내공이 느껴질까요? 움직임이 들어간 영상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움직임이 들어갔다고 해서 다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영상 한 편입니다.


3/02/2015

오스카 와일드의 THE NIGHTINGALE AND THE ROSE



이번에 올린 <나이팅게일과 장미 The Nightingale and the Rose>는 지난달 베를린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호주의 단편입니다. 이 작품은 2013년 Screen Australia(우리나라로 치면 영화진흥위원회나 컨텐츠진흥원)가 선정한 단편 애니메이션 지원 프로그램 선정작 세 편 가운데 하나죠.

이 애니메이션은 Del Kathryn Barton의 일러스트레이션 책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일러스트 작가 Barton은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소설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해석해 이미 자국에서 유명 예술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도 공동감독으로 참여했습니다.

위 작품은 비록 트레일러에 불과하지만, 관객에게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한 영상입니다. 개성이 강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스톱모션 룩의 컷아웃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처음에 이 작품은 스톱모션 냄새가 물씬 나는 컷아웃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움직였다고 보기에는 애니메이팅이 너무 디테일합니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지금은 아직 개봉 초기라서 작품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가 찾아낸 건 Screen Australia가 2013년에 지원작 선정 당시 공식 보도자료에서 이 작품이 ‘혁신적인 애니메이션 테크닉(innovative animation techniques)’을 사용할 것이라 밝혔다는 점, 그리고 이 작품에 참여한 Method Studios가 VFX(visual effects 시각적 특수효과) 전문 스튜디오라는 점입니다.

이런 자료를 근거로 내린 잠정결론은 이 애니메이션이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기존 일러스트레이션을 컴퓨터 상으로 옮기고 디지털 컷아웃 기법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사실 디지털 컷아웃의 장르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장르와 관계 없이 눈이 즐거운 이런 참신한 작품들을 환영할 만합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작년에 이슈가 된 영국의 단편 <The Bigger Picture>만큼이나 올 한 해 영화제를 뜨겁게 달굴 기대작입니다.


2/23/2015

리듬과 움직임 – WIRE & FLASHING LIGHTS





위 작품은 음악을 해석한 한 편의 뮤직 비디오라고 볼 수 있는 스톱모션 영상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실험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은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음악과 영상이 만나면 얼마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노만 맥클라렌(Norman McLaren) 감독은 초기작품에서 스크래치온필름(scratch on film) 기법을 사용해 생성된 사운드에 맞춰 이미지를 움직이는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작업은 이미지와 소리에 대한 실험의 서막이자 혁명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청각적 요소를 시각화해 볼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던 때였으니까요. 이후 구체적인 사용기법은 달라졌어도 이처럼 사운드를 시각화하려는 실험적 시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사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영상의 극적인 효과를 부각시키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위 작품에서는 오히려 영상이 음악을 부각시켜주는 듯 합니다. 맥클라렌 감독이 시도한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나 할까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은 어느 장르에서나 가장 창조적인 예술 행위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p.s. 우리나라에서는 Norman McLaren 감독의 이름을 ‘노만 맥라렌’이라 표기하지만 원래 발음대로 ‘노만 맥클라렌’으로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1/27/2015

라이트 페인팅 단편 ‘LIGHTSPEED’




하나의 제작방식이 탄생해서 대중화되고 기교적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고 있자면 살아있는 생물의 진화를 보는 듯 합니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도 그렇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라이트 페인팅은 빛과 카메라의 노출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용 기기의 보급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예술형식입니다. 몇몇 아트그룹의 작품활동 및 일반대중의 취미로 시작된 이후 상업광고에 등장하면서 그 전성기를 누렸지요.

제가 라이트 페인팅에서 항상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시간의 길이를 조절하며 나름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타임랩스화된 현실’과 ‘새로이 창조된 세계’가 공존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예요. 또한 라이트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아이들이 즐겁게 낙서한 것 같아서 몽환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지죠.

지금은 전에 비해 라이트 페인팅의 인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듯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라이트 페인팅에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전문작가들 중 하나가 Darius Twin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라이트 페인팅 작가 Darren Pearson입니다. 위에 링크된 영상은 그의 단편 <Lightspeed>입니다.

이제까지는 대다수 라이트 페인팅 작업물들이 주로 팀 작업 위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와 즐거움’이 작업의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라이트 페인팅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유일 겁니다. 공동창작 활동을 위한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게 된 거지요.

Darren Pearson 감독은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일종의 놀이수단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에 영상언어를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이미지가 중심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을 프레임 사이의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적 매개체로 전환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타입랩스화된 현실은 이제까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같았지만, Pearson 감독은 이를 배경 제공이라는 공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입니다. 또한 이 작품이 차별화되는 점은 이미지에 부피감을 부여하는 드로잉 방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던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 때문에 감독이 스스로를 라이팅 조각가라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Darren Pearson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보면 라이트 페인팅(혹은 light sculpture 빛으로 만든 조각)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그의 이전 작품 <Light Goes On>입니다.





10/14/2014

그려진 스톱모션 – AUG(DE)MENTED REALITY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퍼펫을 비롯한 일상의 오브제를 이용 할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예술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두가지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Aug(De)Mented Reality>의 감독겸 애니메이터인 Hombre_McSteez는 셀에 캐릭터(감독은 ‘크리쳐’ (Creature)란 단어사용)를 창조해 현실에 덧붙이는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그려진 셀을 라이브 액션 세트에서 촬영한 애니메이션이지만, 한편으로는 특수효과 기법인 매트촬영을 연상시킵니다. 매트촬영에 움직임을 부여하기위해 드로잉과 스톱모션을 사용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촬영된 방식때문에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주지만, 보고 난 후에 많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긴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스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스톱모션의 진화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 일 수 있다는겁니다. 커져가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때문에 인터뷰 일정을 잡아 볼까 구상 중 입니다.



10/08/2014

피카피카 프로젝트의 LIGHT PAINTING 애니




2008년쯤 조명과 타임랩스 촬영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기법을 이용한 광고가 이미 몇 편이나 공중파를 탔었죠. <Go! Go! PikaPika!!>는 ‘피카피카 프로젝트’가 동경을 배경으로 만든 영상입니다. ‘PikaPika Project’는 일본의 Light Painting 애니메이션 그룹이죠.

이 작품은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프로모션 영상입니다. ‘히카리(빛)’이라는 인터넷 회사를 위한 홍보 영상이죠. 커뮤니티 자료를 정리하면서 흥이 나서 한 편 올립니다. 나른한 오후 신나게 감상해 보세요.


10/07/2014

따끈따끈 스톱모션 크래커 광고 – RYVITA



부감 촬영을 이용한 작품들은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이 감상해서 좀 식상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프로들뿐 아니라 아마들까지 이런 유행을 쫓아간 탓인지, 스톱모션 영상을 검색하면 부감 촬영방식을 사용한 영상이 어마무시하게 수두룩합니다. 부감 촬영이 오랜 역사를 지녔기도 하지만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 그 유행이 불붙듯 번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가지 스톱모션 기법이 크게 유행하는 건 스톱모션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행은 좋은 작품을 찾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Ryvita 크래커 광고를 보면서 디자인과 제작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식상한 걸 친근함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10/06/2014

STOP-MOTION 2D 새로운 장르의 탄생?




유투브에서 2D 드로잉으로 오해 하실 만한 비쥬얼을 가진 <존 루이스백화점>의 작년 크리스마스 광고<The Bear & The Hare>편 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메이킹에서도 상세히 설명되었지만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톱모션과 2D의 콜라보입니다. 제작자도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2D드로잉과 스톱모션 기법을 혼용해서 다음 세대의 미디어 기법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왜’라는 의문은 이런 류의 실험적인 작품을 감상하면서 제일 먼저 가져보는 생각입니다. 어떤 작품은 작가가 던진 의문에 대해 가능한 상상을 하며 재미를 느낍니다. 반면에 어떤 작품들은 여전히 ‘왜’라는 미해결의 대답만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해할만한 답변을 추론하든 못하던간에 작가가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위 광고<존 루이스백화점,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의 감독은 인터뷰에서 익숙하고 친근한 비주얼로 신선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 대략 공감하지만 기법사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멀티 레이어, 디즈니의 타잔, 심도, 펠릭스라는 단어와 더불어 ‘왜’라는 질문이 계속 맴도네요.





10/01/2014

감상평은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 EAGER




작품 감상을 먼저 하고 코멘트는 각자의 몫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이 실험작을 몇 번이고 돌려 봤지만 의문투성이의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차후에 올리겠습니다. 그냥 편견없이 감상하길 바랍니다.

작품에 첨부된 감독의 권유사항입니다.
볼륨을 높이고, 조명을 끕니다.
화면사이즈를 최대로 만듭니다.
끊김없이 끝까지 시청 할 수있도록 파일이 로드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러닝타임 8분 30초)

9/02/2014

브라질에서 온 컷아웃 애니메이션 – DRUGO




미국의 United Airline 광고 이후 처음으로 컷-아웃 기법을 이용한 멋진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브라질에서 제작한 공익광고인 듯한데, 포르투갈어라서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컷-아웃 애니메이션의 제작 경향이 점점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컷-아웃으로 자리잡는 듯 보여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비용 절감이나 제작 인원 및 기간의 단축 등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그림자 길이가 주는 자연스러움이나 가끔 프레임이 빠진 듯한 움직임, 그리고 컷-아웃 인형들의 미세한 잡움직임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통적인 컷-아웃의 ‘손맛’, 이런 스톱모션만의 즐거움을 아직까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네요. 이번 <Drugo> 광고는 디지털 컷-아웃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전통적인 컷-아웃의 장점을 많이 간직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Drugo광고의 메이킹과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컷아웃 광고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시리즈광고는 뛰어난 완성도의 컷아웃 애니메이션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 메이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