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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2015

스페인의 스톱모션 장편-포제스드



2D 장편 애니메이션인 <치코와 리타(2011)>와 <링클스(2011)>는 흥행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작품이란 찬사를 받으며 스페인 애니메이션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솔직히 개봉된 장편들을 보기 전에는 스페인 애니메이션은 스톱모션 초창기 시대의 인물인 ‘세군도 데 체몬 / Segundo de Chonlon’외에는 별다른 기억이 없었죠. 그러나 최근 스페인 애니메이션계의 과감한 행보는 각국의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스톱모션 장편 애니메이션인 <포제스드/Possessed>가 개봉되었습니다.


공개된 트레일러의 첫인상은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라 착각할 만큼 아드만 판박이여서 놀랐습니다. 관련 기사 검색에서 감독이 아드만에서 10여년을 근무한 애니메이터 출신이라는 기사를 읽고 살짝 웃었습니다. 스톱모션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일단 손이 작업 스타일을 기억해 버리면 잘하든 못하든 평생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의 감독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의 애니메이팅 실력뿐만 아니라 퍼펫 및 세트의 디자인과 디테일이 나무랄 데가 없더군요. 돌이켜보면 십여 년 전만 해도 스페인에서 제게 정보 교류와 제작에 관련된 질문 메일들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높은 실력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상업 애니메이션의 흥행에 대해서 걱정을 해봅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작품은 업계에서 흥행에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타겟층, 즉 유아용이나 어린이용보다 연령대가 높습니다. <치코와 리타>같은 2D 장편의 경우 예술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반면, <포제스드>는 재미를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란 점에서 타켓층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코와 리타>와 비슷한 연령대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조금 의구심을 가져봅니다. 애니메이션이 꿈과 환상이라는 것을 믿는 관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 타겟층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적이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장편 스톱모션은 우리 업계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중에 하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영화나 단편의 경우 흥행이 감독에게 중요한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자본과 많은 인력이 들어간 상업영화나 장편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흥행에 대한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포제스드> 전편을 감상해 보지는 않았지만, 감독이 손으로 기억하는 아드만의 스타일만큼 오류까지도 닮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스페인의 애니메이션계의 꾸준한 도전과 실험을 부러운 마음으로 응원해 봅니다 그리고 편애가 심한 우리 애니메이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순수 국산 스톱모션 장편이 언젠가 개봉될 날을 기다려 봅니다.


4/16/2015

네이버 애니씨어터의 스톱모션 상영


네이버 애니씨어터에서 4월 테마 ‘기법 다반사’의 일환으로 스톱모션 네 편이 해설영상과 더불어 상영되고 있습니다.

정민영 감독이나 김진만 감독과 같이 독립 애니메이션계에서 이미 이름이 나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강민지 감독의 신선한 작품도 못보셨다면 감상하시길 바라구요.

무엇보다도 최근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신예 김강민 감독의 작품<38-39도>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색감과 비주얼을 기반으로 스톱모션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꽤나 흥미롭고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스톱모션 전시에 해외 유명감독들과 함께 초청되었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강민 감독의 작품뿐만 아니라 독립 애니메이션계에 포진한 실력파 감독들의 작품을 네이버 애니씨어터를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강민지 감독의 <네추럴 어반 네이처>
http://tvcast.naver.com/v/359232

김강민 감독의 <38-39도>
http://tvcast.naver.com/v/359242

김진만 감독의 <오목어>
http://tvcast.naver.com/v/359217

정민영 감독의 <길>
http://tvcast.naver.com/v/362542


3/27/2015

깜찍한 퍼펫 – 블라블라 베이비




눈에 띄는 최신 광고를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올려봅니다.  위 광고는 쇼타임스튜디오(대표:김준문감독)의 최근 작업물입니다. 본래 김준문감독은 독특한 커리커쳐 스타일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근래들어 클레이나 퍼펫을 이용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오브제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번 광고는 퍼펫을 이용한 김감독의 경쾌한  움직임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3/22/2015

화제의 국내광고들-코카콜라,그라나사



방송 중인 코카콜라의 ‘사랑편’은 광고자체의 기발함으로 인해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2015년 ‘새해편’과 더불어 김준문감독(쇼타임스튜디오)의 짧지만 멋진 애니메이팅 솜씨가 돋보이는 작업물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콤마스튜디오(대표:양종표감독,이희영감독)에서 제작한  ‘그라나사 이터널’이란 게임의 온라인 광고입니다. 각 분야 전문스텝 시스템을 지향하는 콤마스튜디오의 작품답게 작업규모나 퀄리티가 타의 추종을 불허 하는 듯합니다. 콤마스튜디오가 네오위즈로부터 의뢰를 받은 이번 작업물은 새롭게 출시된 미소녀게임을 위한 온라인광고입니다. 미소녀게임이란 점과 광고심의가 약한 온라인광고란 점때문에 영상물의 내용중에는 여성분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메이킹>



‘루리웹’이란 곳에 자세한 메이킹 사진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링크 올립니다.



2/23/2015

리듬과 움직임 – WIRE & FLASHING LIGHTS





위 작품은 음악을 해석한 한 편의 뮤직 비디오라고 볼 수 있는 스톱모션 영상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실험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은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음악과 영상이 만나면 얼마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노만 맥클라렌(Norman McLaren) 감독은 초기작품에서 스크래치온필름(scratch on film) 기법을 사용해 생성된 사운드에 맞춰 이미지를 움직이는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작업은 이미지와 소리에 대한 실험의 서막이자 혁명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청각적 요소를 시각화해 볼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던 때였으니까요. 이후 구체적인 사용기법은 달라졌어도 이처럼 사운드를 시각화하려는 실험적 시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사실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은 영상의 극적인 효과를 부각시키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위 작품에서는 오히려 영상이 음악을 부각시켜주는 듯 합니다. 맥클라렌 감독이 시도한 실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나 할까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화하려는 노력은 어느 장르에서나 가장 창조적인 예술 행위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p.s. 우리나라에서는 Norman McLaren 감독의 이름을 ‘노만 맥라렌’이라 표기하지만 원래 발음대로 ‘노만 맥클라렌’으로 쓰는 게 맞다고 봅니다.

1/27/2015

라이트 페인팅 단편 ‘LIGHTSPEED’




하나의 제작방식이 탄생해서 대중화되고 기교적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고 있자면 살아있는 생물의 진화를 보는 듯 합니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도 그렇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라이트 페인팅은 빛과 카메라의 노출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용 기기의 보급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예술형식입니다. 몇몇 아트그룹의 작품활동 및 일반대중의 취미로 시작된 이후 상업광고에 등장하면서 그 전성기를 누렸지요.

제가 라이트 페인팅에서 항상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시간의 길이를 조절하며 나름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타임랩스화된 현실’과 ‘새로이 창조된 세계’가 공존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예요. 또한 라이트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아이들이 즐겁게 낙서한 것 같아서 몽환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지죠.

지금은 전에 비해 라이트 페인팅의 인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듯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라이트 페인팅에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전문작가들 중 하나가 Darius Twin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라이트 페인팅 작가 Darren Pearson입니다. 위에 링크된 영상은 그의 단편 <Lightspeed>입니다.

이제까지는 대다수 라이트 페인팅 작업물들이 주로 팀 작업 위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와 즐거움’이 작업의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라이트 페인팅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유일 겁니다. 공동창작 활동을 위한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게 된 거지요.

Darren Pearson 감독은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일종의 놀이수단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에 영상언어를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이미지가 중심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을 프레임 사이의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적 매개체로 전환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타입랩스화된 현실은 이제까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같았지만, Pearson 감독은 이를 배경 제공이라는 공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입니다. 또한 이 작품이 차별화되는 점은 이미지에 부피감을 부여하는 드로잉 방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던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 때문에 감독이 스스로를 라이팅 조각가라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Darren Pearson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보면 라이트 페인팅(혹은 light sculpture 빛으로 만든 조각)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그의 이전 작품 <Light Goes On>입니다.





10/14/2014

그려진 스톱모션 – AUG(DE)MENTED REALITY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퍼펫을 비롯한 일상의 오브제를 이용 할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예술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두가지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Aug(De)Mented Reality>의 감독겸 애니메이터인 Hombre_McSteez는 셀에 캐릭터(감독은 ‘크리쳐’ (Creature)란 단어사용)를 창조해 현실에 덧붙이는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그려진 셀을 라이브 액션 세트에서 촬영한 애니메이션이지만, 한편으로는 특수효과 기법인 매트촬영을 연상시킵니다. 매트촬영에 움직임을 부여하기위해 드로잉과 스톱모션을 사용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촬영된 방식때문에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주지만, 보고 난 후에 많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긴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스치는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스톱모션의 진화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 일 수 있다는겁니다. 커져가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때문에 인터뷰 일정을 잡아 볼까 구상 중 입니다.



10/08/2014

피카피카 프로젝트의 LIGHT PAINTING 애니




2008년쯤 조명과 타임랩스 촬영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기법을 이용한 광고가 이미 몇 편이나 공중파를 탔었죠. <Go! Go! PikaPika!!>는 ‘피카피카 프로젝트’가 동경을 배경으로 만든 영상입니다. ‘PikaPika Project’는 일본의 Light Painting 애니메이션 그룹이죠.

이 작품은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프로모션 영상입니다. ‘히카리(빛)’이라는 인터넷 회사를 위한 홍보 영상이죠. 커뮤니티 자료를 정리하면서 흥이 나서 한 편 올립니다. 나른한 오후 신나게 감상해 보세요.


10/07/2014

따끈따끈 스톱모션 크래커 광고 – RYVITA



부감 촬영을 이용한 작품들은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이 감상해서 좀 식상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프로들뿐 아니라 아마들까지 이런 유행을 쫓아간 탓인지, 스톱모션 영상을 검색하면 부감 촬영방식을 사용한 영상이 어마무시하게 수두룩합니다. 부감 촬영이 오랜 역사를 지녔기도 하지만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 그 유행이 불붙듯 번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가지 스톱모션 기법이 크게 유행하는 건 스톱모션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행은 좋은 작품을 찾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Ryvita 크래커 광고를 보면서 디자인과 제작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식상한 걸 친근함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 말입니다.





10/06/2014

STOP-MOTION 2D 새로운 장르의 탄생?




유투브에서 2D 드로잉으로 오해 하실 만한 비쥬얼을 가진 <존 루이스백화점>의 작년 크리스마스 광고<The Bear & The Hare>편 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메이킹에서도 상세히 설명되었지만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 되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스톱모션과 2D의 콜라보입니다. 제작자도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2D드로잉과 스톱모션 기법을 혼용해서 다음 세대의 미디어 기법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왜’라는 의문은 이런 류의 실험적인 작품을 감상하면서 제일 먼저 가져보는 생각입니다. 어떤 작품은 작가가 던진 의문에 대해 가능한 상상을 하며 재미를 느낍니다. 반면에 어떤 작품들은 여전히 ‘왜’라는 미해결의 대답만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해할만한 답변을 추론하든 못하던간에 작가가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위 광고<존 루이스백화점,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의 감독은 인터뷰에서 익숙하고 친근한 비주얼로 신선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 대략 공감하지만 기법사용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멀티 레이어, 디즈니의 타잔, 심도, 펠릭스라는 단어와 더불어 ‘왜’라는 질문이 계속 맴도네요.





10/01/2014

감상평은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 EAGER




작품 감상을 먼저 하고 코멘트는 각자의 몫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이 실험작을 몇 번이고 돌려 봤지만 의문투성이의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차후에 올리겠습니다. 그냥 편견없이 감상하길 바랍니다.

작품에 첨부된 감독의 권유사항입니다.
볼륨을 높이고, 조명을 끕니다.
화면사이즈를 최대로 만듭니다.
끊김없이 끝까지 시청 할 수있도록 파일이 로드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러닝타임 8분 30초)

9/26/2014

곱씹고 볼만한 러시아 유아용 애니메이션




지난 여름 러시아에 있는 오랜 친구가 안부와 함께 사진 몇 장을 보내왔습니다. <플라스티신 알파벳>이라는 작품이 러시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사진이었죠. 페스티벌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제 친구는 이 작품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덧붙였습니다.

<플라스티신 알파벳>은 근래에 보기 드문 클레이를 사용한 작품으로 러시아 알파벳 습득을 위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엔 아트 디렉션이나 구성이 웬만한 단편 작품을 뛰어넘는 수작이죠. 기본적인 제작방식으로 부조 형식이 사용되었고, 여기에 클레이 퍼펫과 멀티플레인 기법으로 3차원적인 공간감을 가미한 듯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기법을 사용한 덕에 기존 부조 방식과는 다르게 독창적이면서도 신선한 시각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다른 매력은 친근하고 감성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국어의 글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담은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 점도 마음에 듭니다. 교육용 애니메이션의 목표를 잊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조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편의상 ‘2.5D 스톱모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부조 형식이 친근한 이유는 이게 애니메이션 역사 초창기부터 꾸준히 사용되어온 오랜 제작방식이기 때문일 겁니다. 유리 놀슈테인, 이지 트릉카, 포야르 등 여러 거장들의 작품도 이러한 친근함에 일조했구요. 부조 형식은 아마도 애니메이션 초기에 관객의 눈에 익은 2차원적인 드로잉을 3차원으로 옮기면서 나타난 방식, 혹은 인형이나 오브제를 이용한 3차원적인 제작방식을 회화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로 이해됩니다.

최근 러시아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소유즈뮬트’에서 일하던 친구와 메신저를 하던 도중 제작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때 세계적으로 명성이 드높던 러시아 애니메이션 업계가 공산체제 붕괴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구요. 그렇지만 쉽지 않은 제작환경에서도 거장과 신진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서 러시아 애니메이션 업계의 밝은 미래를 예상해 봅니다. 특히 오늘 올린 작품과 같이 작가의 색깔이 듬뿍 담긴 상업물을 보면 더욱더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용어 설명 : 플라스티신 (Plasticine)  1897년 영국의 미술교사 윌리엄 허버트가 만든 합성 클레이. 굳지 않아 모델용으로 주로 사용.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는 ‘클레이’라고 말하면 ‘플라스티신’을 지칭한다.


9/22/2014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THE BIGGER PICTURE





이번 포스트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지도 모를 영국국립영화학교(NFTS)의 올해 졸업작품 가운데 한 편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작품 <The Bigger Picture>은 너무 짧은 예고편만 올라와 있어 그동안 포스팅을 미뤄왔는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는지라 이번에 메이킹과 더불어 올려봅니다.

올해 초 이 영상을 처음 접하고 절로 ‘우와!’하고 감탄이 나왔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죠. 감독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기 마련인 ‘그림이 살아 움직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해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D 캐릭터가 현실과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하는 실험적인 구성으로 스토리가 짜여 있습니다. 물론 현실을 표현하는 건 스톱모션이 담당했구요. 이 작품의 독특함은 영상 속 세트와 소품을 비롯한 모든 요소들이 실제 사이즈라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오늘 영상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신선함을 뛰어 넘어 과감함을 보여주는 패기 어린 작품입니다.

<The bigger Picture>처럼 해마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 되는 학교가 바로 영국국립영화학교(NFTS)입니다. 영화학교로는 유일하게 ‘Animation Directing’전공(석사과정)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왕립예술학교(RCA)와 교환수업을 하고, RCA 졸업학위가 수여가 되는 학교입니다. 또한 소수정예로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입학하고, 졸업때까지 재학생들의 실력을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유명하죠. 그래서인지 졸업작품의 수준이 놀랄만큼 뛰어납니다. 저는 재작년 NFTS의 졸업작때문에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참여했다는 크레딧을 얻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해외에서 배울 계획이 있다면 미국편향적인 유학지를 좀 더 다변화 해보길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유럽시장에 대한 전문가가 미주지역에 비해 너무 없다는 걸 현장에서 겪고서 하는 말입니다.

스톱모션코리아의 커뮤니티 회원이었던 오민영 감독이 NFTS를 졸업하고 런던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 이후 한국인으론 세 번째 입학생이 그곳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해병대 캠프같은 과정을 겪고 있을 예비작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내년에 꼭 멋진 작품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화이팅!






9/19/2014

우리도 한다. POST-IT 애니메이션





세븐슬로스 스튜디오(7 Sloth Studio)가 최근 새로운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세븐슬로스 스튜디오는 류진호 감독을 비롯, 역량있는 작가들이 모여 스톱모션 및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스튜디오입니다.

위에 올린 포스트잇 작품은 류진호 감독이 호서대학교 애니메이션과 학생들과 함께 2011년 여름 스튜디오의 스테이션 ID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음향이 최근에 완성되어 얼마전 온라인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상은 총 6만 여 장의 포스트잇을 사용했고 제작기간은 2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한 독일 작가가 인터뷰에서 포스트잇 작업을 하는데 계획보다 제작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힘들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류 감독도 이와 똑같은 말을 해서 웃었습니다.

이 영상은 든든한 재정지원을 받은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사람이 한데 참여한 공동 창작물이 드물기 때문이죠. 거장을 만드는 작가나 감독 위주의 기존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유희, 즉 즐거움이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런 공동창작 프로젝트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애니메이션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거움'을 공유하고 경험한다는 것, 이거야말로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대중화이자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목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의 패기 있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9/15/2014

스톱모션의 실험, “UNITY”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멋진 매력 중 하나는 작가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오브제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적인 표현에서부터 전위적인 표현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뮤직 비디오 형식의 <Unity>는 미국의 작가 Tobias Stretch가 아방가르드 작곡가인 Christopher Bono의 합창곡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시각화한 콜라보레이션 작업물입니다. 작가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동상까지 얻어가며 3미터나 되는 관절 퍼펫을 프레임 촬영했다고 합니다.

영상 제작에 있어 태양과 구름, 바람이나 비 같은 자연적 요소는 작가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부여하는 오브제이긴 하지만, 스톱모션에서는 큰 장벽이 되는 부분입니다. 프레임 단위의 촬영방식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자연적 요소를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러한 기존 개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는 아방가르드한 영상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퍼펫을 이용한 스톱모션에서도 이용되곤 합니다. 위 작품은 스톱모션 분야에서 금기시했던 시간의 변화를 하나의 오브제로 사용하여 영상효과를 극대화한 좋은 예로 보입니다.

P.S. 실제 사람 크기(life-size)의 퍼펫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군요. 이게 새로운 트렌드의 시작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래 참고영상은 작가가 이전에 제작한 뮤직비디오입니다. 위 작품과는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는데요. 제작 경향의 변화 등을 생각하며 감상하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9/04/2014

아드만의 새 장편 <못말리는 어린양 숀>




원제 <Shaun the sheep>으로 알려져 있는 아드만의 TV 시리즈물 <못말리는 어린양 숀>이 극장용 장편으로 2015년 봄 개봉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숀’ 캐릭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아드만의 대표감독 중 한 사람인 닉 파크 감독의 <월레스와 그로밋>에서였습니다. 여기에서 ‘숀’이 큰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자, 결국 ‘숀’을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젼 시리즈가 편성제작되어 170여 개국에서 방송을 타게 되었죠. 이번 영화는 하루 휴식을 얻게 된 ‘숀’이 친구들과 함께 농부를 찾아 도시로 좌충우돌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허당 해적들>이 개봉한 이후로, <월레스와 그로밋>과 <치킨런>에서 볼 수 있었던 아드만의 스타일이 점점 퇴색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드만식 애니메이션의 유쾌함과 아기자기함을 잘 보여준 캐릭터로 꾸준히 방송을 통해 인기몰이를 해왔던 ‘숀’이 이번 극장판을 통해 호사가들의 뒷담화를 어떻게 잠재울지 기대됩니다.

<못말리는 어린양 숀>은 2015년 2월 6일 영국에서 먼저 개봉할 예정입니다.







9/02/2014

브라질에서 온 컷아웃 애니메이션 – DRUGO




미국의 United Airline 광고 이후 처음으로 컷-아웃 기법을 이용한 멋진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브라질에서 제작한 공익광고인 듯한데, 포르투갈어라서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컷-아웃 애니메이션의 제작 경향이 점점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컷-아웃으로 자리잡는 듯 보여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비용 절감이나 제작 인원 및 기간의 단축 등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그림자 길이가 주는 자연스러움이나 가끔 프레임이 빠진 듯한 움직임, 그리고 컷-아웃 인형들의 미세한 잡움직임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통적인 컷-아웃의 ‘손맛’, 이런 스톱모션만의 즐거움을 아직까지는 포기하고 싶지 않네요. 이번 <Drugo> 광고는 디지털 컷-아웃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전통적인 컷-아웃의 장점을 많이 간직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Drugo광고의 메이킹과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컷아웃 광고입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시리즈광고는 뛰어난 완성도의 컷아웃 애니메이션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 메이킹 >











8/29/2014

구글 스톱모션 광고들




인터넷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블로그 광고나 바이럴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새롭게 등장한 광고의 점유율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광고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반 소비자가 광고에서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죠. 특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기능까지 설명할 수 있는 스톱모션이 유용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구글(Google)은 자주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해 자사의 제품군을 홍보하는 회사들 중 하나입니다. 구글이 최첨단, 디지털이라는 자사의 이미지와 반대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작업과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스톱모션을 소구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번에 올라온 위 광고에서는 2d, 3d와 같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표현도구가 사용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라인은 스톱모션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구글 광고의 백미는 아래에 있습니다. 바로 재작년에 나온 구글 스트리트 뷰 광고 말입니다.






<구글의 다른 스톱모션 광고>





















7/28/2014

다시 돌아온 아드만의 캐릭터 ‘모프’




아드만 스튜디오(영국)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모두 <월레스와 그로밋 Wallace and Gromit>을 떠올리지만, 전설의 애니메이션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1970년대 초 스튜디오를 시작한 이래 아드만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TV 시리즈 <모프 Morph>입니다. 이게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저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스튜디오의 단편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프>는 아드만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애니메이션이자 스톱모션 역사에 있어 아트 크로키(미국)의 <검비 Gumby>와 더불어 대중성이란 큰 획을 그은 클레이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의 좋은 교본이자 캐릭터 표현의 교과서라 부를 수 있는 이 전설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한지 거의 40년만에 부활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7/23/2014

(도서) 오스카 애니메이션 50% 세일 중.



<오스카 애니메이션: 오스카 수상 애니메이션 속에 숨겨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제작 기법> (올리비에 코트 / 다빈치 / 2009)의 서평을 준비하고 있던 중에 세일 정보를 찾았습니다. 구입을 미뤄왔던 분들은 이번 기회를 활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51% 세일이고 무료배송이라 할인 폭이 꽤 큽니다. 세일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어 서평보다 세일정보를 먼저 올립니다.

감독의 철학부터 제작과정 전반까지 다룬 정말 좋은 책입니다. 애니메이션 전공자라면 필독해야 하는 책이고, 관심자라면 애니메이션 제작 전반에 대해 심도있으면서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책입니다.

옥션도서  링크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553680329&frm=itempage)

영풍문고  링크 (http://www.ypbooks.co.kr/kor_index.y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