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2008

달로의 여행 : LE VOYAGE DANS LA LUNE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로의 여행’입니다. 1902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영화이지만, 영화사 및 애니메이션 역사에서도 항상 언급되는 명작입니다. 영화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제작자가 많이 있지만, 멜리에스만큼 다방면으로 두각을 나타낸 제작자는 드뭅니다. 100여편을 만들면서 트릭이라고 불렸던 촬영기법에서부터 제작 시스템까지 시도하지 않은 실험이 없을 정도로 영화제작에 푹 빠져있었던 덕후중에 덕후였습니다. 좀 더 검색하면 최근 복원된 컬러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10/30/2008

화제의 스톱모션 이야기 2 : 광고와 단편의 모호한 경계






치열한 시장 상황을 대변하듯 미국의 항공사 광고는 자동차 광고와 더불어 연간 제작 편수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양하고 창의적인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항공사가 실사를 기본으로 한 광고물을 제작하는 데 반해, 유나이티드 항공은 꾸준히 스톱모션과 컴퓨터 그래픽,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클레이 페인팅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존 그라츠 감독이나 NFBC의 스타 감독 이슈 파텔 등 마스터급 작가를 초빙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거나, 과감하게 신진 작가를 기용해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광고를 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첫 영상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광고 캠페인 <It's time to fly>의 일환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맞춰 런칭한 TV 광고 <Sea Orchestra>편입니다. 남아공의 'Shy the Sun'이란 연출팀이 손으로 그린 텍스처, 컴퓨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및 하늘·산호초·물 사진을 이용하여 제작하였죠.






위 영상은 같은 캠페인의 다른 광고 <Two Worlds>편입니다. 흑백과 컬러의 다른 두 세계를 보여준 이 광고는 노르웨이와 일본 작가로 구성된 'SSSR'이란 팀과 프랑스의 Gaelle Denis 감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메인으로 하였고, 실사와 매트 페인팅도 사용하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매트 촬영을 하기 위해 사용한 매트가 우리가 흔히 식재료로 알고 있는 라이스페이퍼라고 합니다.








위에 링크된 두 편의 컷아웃(Cut-Out) 작품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Jamie Caliri 감독과 그의 팀원들이 종이로 된 퍼펫과 미니어쳐를 사용하여 제작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와 뮤직비디오도 제작하는 Jamie Caliri 감독은 2004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의 타이틀 신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두 작품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컷아웃 기법의 수작으로 손꼽히고 있죠.






유나이티드 항공의 광고를 보면 하나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광고제작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광고에 작가의 역량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홍보 컨셉만을 작가에게 제시하고,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광고를 풀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캐나다영화위원회의 간판스타인 이슈 파텔 감독은 이러한 자유로운 제작 방식을 통해 광고에 작품성과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이슈 파텔 감독은 인도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실험 작품을 내놓는 거장입니다. 셀 애니메이션과 구슬 비즈, 샌드 애니메이션과 클레이 페인팅 등 다양한 표현 방식과 기법적인 실험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감독입니다. 위 영상에서 파텔 감독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마지막을 장식할 주인공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감독입니다.이 분은 폴란드의 Aleksandra Korejwo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입니다. 어느 해인가 페스티벌의 심사위원으로 왔던 친구에게 동유럽 쪽에서 소금으로 애니메이션 만드는 감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많이 궁금했었죠. 막연하게 샌드 애니메이션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환상적인 이미지를 창조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감독이 제작한 유나이티드 항공의 <Butterfly>편 광고입니다.



10/26/2008

윌 빈튼이 보내는 스톱모션코리아 오픈 축사

한국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업자들의 커뮤니티인 ‘스톱모션코리아(StopMotion Korea)’의  웹사이트 오픈을 축하하는 윌 빈튼 감독의 축사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톱모션코리아와 스톱모션 팬 여러분!

제 친구인 우찬을 통해서 새로 생긴 스톱모션코리아 웹사이트 소식과 한국의 스톱모션 팬들 및 작업자들이 공통의 관심사로 한데 뭉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스톱모션코리아가 생기는 데에 참여한 모든 분들께 축하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오랜 시간 동안 그래왔듯 오늘날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애니메이션 분야입니다. 물론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업계를 계속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요. 제 생각에는 우리도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더 잘 만드는 데 말입니다.

스톱모션코리아가 스톱모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스톱모션이라는 멋진 애니메이션 형식이 한국에서도 건재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쁩니다. 여러분들이 새롭고 멋진 스톱모션 작품을 창작하기를 바랍니다. 국제적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TV 및 영화 프로덕션에서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행운을 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창작 활동에 매진하길 바랍니다!

윌 빈튼



Hello “Stopmotion Korea” and fans of stopmotion!

My friend Wuchan Kim told me about the new website and how Korean SM fans and practitioners are getting together in their common interests. I want to pass on my congratulations and encouragement to you all for taking this step. Stopmotion is as vital today as it has been for many years, even as 3D computer animation continues to dominate. From my perspective, the new digital tools are there for us as well – to help make stopmotion films even better than before.

I hope the website is the start of growing a community of SM enthusiasts that can help and support each other.

And I am glad to hear that this great form of animation is alive and well in Korea and I encourage you to create wonderful, new projects. I look forward to seeing more of these films in the international film festivals, as well as major TV and movie productions, from Korean animators.

Good luck and STAY ANIMATED!

WILL VINTON
FREEWILL ENTERTAINMENT
www.willvinton.net
www.freewill.tv

10/09/2008

화제의 스톱모션이야기 1 – 소니 브라비아 광고




화제의 스톱모션 이야기 (1) : 소니 브라비아 광고



소니 브라비아의 텔레비전 광고 시리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강한 시각적인 자극으로 첫 방송편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광고입니다. 브라비아는 피라미드에 커다란 천을 덮어 씌우거나, 탱탱볼 수만 개를 거리에 뿌리기도하고, 건물 외벽에 페인트 폭탄을 터트리는 등 공연예술 수준에 버금가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창의적인 노력의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소니 브라비아의 Play-doh 토끼 광고는 지난달 캐나다에서 개최된 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발에서 상업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우리 영상 섹션에 걸린 링크를 통해 이미 접해 본 분들도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이 토끼 광고의 제작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아래의 수치들을 보면, 뉴욕의 맨하탄에서 촬영된 이 광고의 제작 규모가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에 입에 떡 벌어집니다.



2.5 톤의 클레이
40 명 애니메이터
3 주
189개의 60cm 토끼
150개의 30cm 큐브
3m x 6m 퍼플색 파도
9m 거대 토끼
6대의 카메라
40명의 애니메이터가 4초를 찍는 데 4시간 소요
60초 광고를 위한 약 10만 장의 사진 촬영



이 광고는 영국의 Passion Pictures라는 스튜디오 소속의 다렌 월쉬 감독이 제작했습니다. 이 광고로 이번 오타와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광고상을 수상한 월쉬 감독은 아드만의 <앵그리 키드(Angry Kid)>의 감독으로 애니메이션 및 실사영화 감독, 애니메이터,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0초 광고를 만들기 위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애니메이터들이 모여 15분 분량의 테스트 촬영을 하였고,  실제 촬영은 7월 뉴욕의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3주간 진행했습니다. 테스트 촬영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많은 토끼들이 동일한 스타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월쉬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광고가 자신이 만든 작품 중 기술적으로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통제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촬영 프레임 안으로 많은 뉴욕 시민들이 서성거렸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담아내야  했기에 우리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평도 못했죠." (그의 인터뷰 중에서)



사실 대부분의 스톱모션 작업은 실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실내 세트에서 촬영하는 상황에 익숙하죠. 그런데 이 광고는 이처럼 이례적으로 사람들이 군집된 열린 공간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고 하니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게다가 오픈 세트의 자연 조명이었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따라 오는 그림자보다 빨리 액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애로사항이었다고 합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수많은 토끼의 재료는 '플레이-도우(Play-doh)'입니다. 한발이나 두발로 서 있는 토끼는 스티로폼과 라텍스를 사용해서 대부분 영국에서 제작한 후 미국으로 배송했습니다. 단, 거대 토끼의 경우에는 수송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된 메이킹 영상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메이킹>



8/26/2008

스톱모션 장편 ‘코렐라인(CORALINE)’ 개봉전 예고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던 와중에 현재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코렐라인(Coraline)>의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존에 영상 몇 개가 온라인에 올라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코렐라인>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올린 비하인드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개봉도 하기 전에 비하인드 영상부터 올리다니 기발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번 비하인드 영상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인 헨리 셀릭과 친분이 있는 몇몇 친구들의 인터뷰도 볼 수 있습니다. <코렐라인>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제게 견적 의뢰가 들어왔던 작품이어서인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헨리 셀릭 감독의 작품이기에 몹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코렐라인>을 제작하는 라이카(Laika)는 원래 윌빈튼 스튜디오(Will Vinton Studios)였습니다. 그러나 윌빈튼 스튜디오의 소유주가 바뀌고 사명을 라이카로 변경한 이후, 한때 라이카의 향방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코렐라인>은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뒤로 하고 라이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내놓는 첫 장편이기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라이카에게는 스튜디오의 색깔과 방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은 약 2년 전쯤 라이카에서 제게 스케줄 확인하고 뼈대 견적을 의뢰하고자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이자 <코렐라인>의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안소니는 그해 겨울 라이카 스튜디오 근처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감안해 보면, 현재 <코렐라인>은 촬영만 약 1년 7개월간 진행한 상황입니다.  최고의 스텝들이 긴 시간 동안 제작에 참여한다는 점을 보면, 라이카에서 얼마나 <코렐라인> 개봉에 전력을 기울이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개봉작을 봐야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알 수 있겠지만, 유튜브에 공개된 비하인드 클립만 봐도 <코렐라인>의 뛰어난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셀릭 감독의 작품은 팀 버튼 감독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보다는 마니아층에 의해 흥행 성적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가 감독했던 기존 작품의 흥행 성적을 미루어 보면, 이번 작품도 여타 CG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작품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라이카의 든든한 뒷배경으로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필 나이츠 나이키 회장이 작품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굉장히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코렐라인>의 예고편만 봐도 이 작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그리고 사실 흥행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역대 어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코렐라인>처럼 개봉 전 대규모 마케팅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라이카의 공격적인 행보를 지켜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내년도 아카데미 장편애니 부문이 얼마나 치열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픽사와 디즈니 연합, 나이키와 라이카 연합, 그리고 드림웍스가 벌써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정말 내년 애니 시장은 헐리우드 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스튜디오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반해 영국의 아드만과 소니 연합은 관망하며 내부적인 문제로 숨을 고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이 두 스튜디오의 불참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는 물량 공세의 거센 전투를 예상한 두 섬나라의 영리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찌 되었건 2009년 2월 <코렐라인>이 드디어 개봉합니다!!!!